WRITING

아줌마는 왜 비하의 의미를 담게 되었는가?

호칭에 반영된 사회적 인식.

 

서론

얼마 전에 아줌마라는 호칭을 비하의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을 봤다. 성별이 여자로 짐작되고, 나이를 알 수 없는 익명의 타인을 향해 멸칭처럼 사용하는 행태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런 호칭을 비꼬면서 사용하는 것이 타인과의 언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거나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글에서 명백히 드러나고 있었다. 비단 그 사람뿐만이 아니다. 내가 그 대상이 아니라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뿐, 이전에도 종종 인터넷처럼 익명의 타인을 향해서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도 “아줌마”라는 단어를 비꼬면서 사용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너 좀 아줌마 같다

아줌마와 대응하는, 남성을 지칭하는 말로는 아저씨가 있다. 그러나 아저씨라는 호칭을 비하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드라마 〈도깨비〉(2016)에서도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아저씨라고 부른다던가, 혹은 아예 드라마 제목이 나의 아저씨(2018)이기도 하지 않은가. 최근의 드라마에서만 그 용례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키다리 아저씨(Daddy Long Legs)(1912)처럼 '아저씨'가 로맨스의 대상이 되는 일은 많았지만, 반대의 경우는 극히, 아주 극히 드물다. 또, 아저씨라는 단어 자체는 비하의 의미를 담지 못하기 때문에 ‘개’와 ‘아저씨’를 합친 신조어 ‘개저씨’가 생기지 않았나. 왜 같은 식으로 파생된 단어인데 아줌마는 비하의 의미를 담게 되었을까?

먼저 현재 아줌마라고 칭해지는 집단이 어떠한 속성을 지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에 이르러 기존의 의미 외에 추가적인 의미가 있게 되었다면, 사회 내에서 단어가 쓰이는 동안 의미가 추가된 것이고, 단어가 지칭했던 대상에게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전에서는 아줌마를 “아주머니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아주머니는 한 항렬 위의 여자 친척을 이르는 친족 호칭어이지만 한국 사회는 친족 호칭어를 친족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사용하므로 현재에는 친족 호칭어보다는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혹은 그 정도 연령대의 중년 여성을 부르는 말로 자주 쓰이게 되었다. 지금 그렇게 지칭되는 기성세대의 중년 여성은 전업주부인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집안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역으로 주부(主婦)라는 단어에서 그것이 결혼한 여성이라는 속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부는 딱히 직업이나 직급에 따른 호칭이 없으므로 남에게 아줌마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요컨대 아줌마는 나이가 많거나, 기혼이고 아이가 있거나, 주부인 여성이다.

1. 나이가 많은 여성

한국 사회는 유독 여성의 나이에 민감하고, 나이로 여성의 위계를 나누어 나이가 어린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 내에 전반적으로 나이가 많은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다. 여성을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비유하는 말이 공공연하게 쓰이고, 스물다섯이면 꺾였다는 표현을 쓴다. 지금은 평균 초혼 나이가 30세를 초과하여 30세 전후의 여성을 노처녀라 지칭하는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내 이름은 김삼순(2005),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처럼 서른 살 전후의 여성을 ‘노처녀’라 ‘히스테리’를 부린다고 묘사하는 드라마는 당시 결혼 적령기에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보여준다. 이러한 표현들은 응당 ‘정상적인’ 여성이라면 특정 연령대 이전에 결혼해야 한다는 압박을 준다. 그러나 결혼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서른다섯 살 이후의 출산은 ‘노산’이라고 부르고,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이를 출산할 확률이 급증한다는 이유를 들어 사회는 특정 연령대 이전의 출산을 요구한다. 여성의 나이는 여성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나이가 많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가치가 없다고 여겨진다.

2. 아이가 있는 여성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여성에게 압박을 주었으니,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친 여성에게는 관대한 사회인가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기혼이거나 아이가 있는 여성에게도 부정적인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경단녀’라는 신조어에서 볼 수 있듯 사회에서 기혼 여성은 온전한 직장 구성원이 아니라 출산이나 육아로 언제든지 배제될 수 있는 인력으로 여겨진다. 또한, 출산한 여성을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보지 않고 아이를 가진 사람으로 보며, 여성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고 평가한다. 예를 들어 ‘애 딸린 아저씨’라는 표현은 이혼한 남성이 아이의 양육권을 가지고 있을 때 주로 쓰이지만 ‘애 딸린 아줌마’라는 표현은 그의 이혼 여부와 관계없이 대중매체에서도 자주 쓰인다. 이런 표현은 “애 딸린 유부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식으로 쓰이는 것에서 출산한 기혼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 평가를 느낄 수 있다.

3. 가정주부

마지막으로, 급여와 같은 실리적인 성과를 낳지 않는 가사노동에 대한 평가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박하다. 주부가 하는 노동은 노동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되고, 주부는 집에 남아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잉여 인력으로 여겨진다. 주부를 직업의 한 갈래로 여기기보다는 신분으로 여기며,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 ‘집에서 편하게 노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그런 인식을 제하더라도 전업주부가 하는 노동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자기 정체성을 찾기 어려우므로 전업주부 본인이 점점 지워진다. 이에 따라 전업주부는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활동을 하는 다른 가족, 배우자나 자식에게서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도 그들은 누군가의 배우자 혹은 누군가의 부모와 같이 누군가의 부속물로 여겨진다.

호칭과 집단 속성의 연결성

사람들이 쓰는 말에 사회적 인식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래서 대상이 실제로 그러하든, 그렇지 않든, 누군가에게 나이가 많거나, 출산한 기혼 여성이거나, 가정주부라고 칭하는 것이 부정적이라는 인식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게 되었기 때문에 사회 내에서 해당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게 된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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