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ARCHITECTURE

문화비축기지

2020.02.09 문화비축기지

여러모로 4-1 대선제분 공장 리노베이션 할 때가 생각났는데, 그때도 '사일로를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한 이슈였다. 왜냐면 다른 건물들도 예전에 지어진 건물인 만큼 특징들이 여럿 있었지만, 사일로는 공장 부지 전체의 캐릭터가 되고, 컨셉이 될 수 있는 구조물이었으니까. 그래서 석유 탱크가 바뀐 것을 보면서 그때가 생각났다.

T6 옥상마루
T3 탱크원형
T4 복합문화공간, 여기 정말 좋았다... 전시장 입구까지 걸어가는 과정이 너무너무 좋았다

탱크에서 바뀐 것이라 만들어질 수 있었던 공간들이 재미있었고, 나무로 거푸집을 해서 콘크리트에 나뭇결이 살아있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탱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콘크리트 벽을 두껍게 넣은 공간이 많았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 두개로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무거운 재료들로 완성된 공간이 좋았다.

그러나 주말 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정말 없었다. 이유는 첫 번째로,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어느 역에서 가든 많이 걸어야 하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가면 터널을 지나 걸어야 하고, 월드컵경기장역에서도 많이 걸은 후, 굉장히 큰 도로를 건너야 한다. 접근성 면에서는 난지도 쪽이 대체로 그렇다. 하늘공원이나 난지 한강공원도 버스도 잘 안 가고, 심지어는 택시도 잘 안 간다. 두 번째로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없다. 이것은 첫 번째보다 더 중대한 사안이다. 왜냐하면 두 번째가 해결이 되면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비축기지를 찾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 우리는 다 건축학과였고, 건물 보러 가자! 가서 사진 찍자! 하면서 가서 아무것도 없이 네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들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편한 접근성을 극복하고 갈 만큼 매력적인 장소는 아닌 것이다. 주변이 주택가이다 보니 비축기지에 잠시 머물다가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한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이유가 지금은 없다.

유일하게 있는 카페는 동물 인형 벽에 붙여놓고, 뭔가 갑자기 아기자기해서 너무 슬펐어...

차라리 이런 컨셉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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