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가구 카피 신경 쓰면 오늘의 집이나 집꾸미기 가구 하나도 못 사요"

디자인 카피를 가볍게 생각하는 풍조에 대해

 

즐겨보던 유튜버가 신혼집으로 이사하고 가구를 배송받는 영상을 보는데 유명한 가구들의 카피가 눈에 띄었다. 심지어 오리지널을 알고 있는데도 못 알아봤을 정도의 카피도 있었다. 나중에 다른 제품들이 마음에 걸려서 다시 들어갔다가 댓글에서 전공하신 분의 댓글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해외 가구를 수입하는 사장님이 다신 댓글을 보니 카피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곳의 상품인 듯했다. 고객들이 그곳의 카피 제품을 보고 와서 "여기는 이렇게 싼데 왜 이렇게 비싸게 파냐"라고 항의한다는 것을 보면 유명한 듯 했다.

나는 카피를 살 바에는 차라리 조금 더 가격대가 낮은 제품을 들여놓고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사고 싶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유명 브랜드의 클래식 가구는 정말 비싼데, 그렇지 않은 선에서도 아주 괜찮은 소비를 할 수 있으니까. 헤이(HAY)가 거기에서 시작하지 않았나. 그리고 더 낮은 가격대에서는 이케아(IKEA)도 찾아볼 수 있다. 어느 면에서나 카피 제품을 소비하는 것보다 2, 3순위를 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댓글에서는 카피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카피 가구를 사는 것이 왜요? 매장에서 보고 비싸서 인터넷에서 싼 거 찾아서 산 게 어때서요?" 하는 반응이 있어 놀랐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라면 한번씩은 들여다봤을 오늘의 집이나 집꾸미기에서는 그런 가구들이 넘쳐나고, 카피를 신경 쓰면 거기서 가구를 구입하지 못한다는 말도 있었다. (물론 오늘의 집이나 집꾸미기에는 이케아 짝퉁마저 넘쳐나긴 한다1 )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단순히 오프라인에서 비싼 제품을 온라인을 통해 싸게 구매한 정도가 아니라, 오리지널 가구의 겉모양을 똑같이 카피해 만든 짝퉁이라는 점이다. 시중에 유행하는 '비슷한 디자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가구의 겉모양을 똑같이 베껴낸 것이다. 그러나 소비하는 사람들마저도 그것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있다. 짝퉁 가구를 그렇게 쉽게 살 수 있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좀 더 싼 제품을 찾은 합리적 소비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다.

카페나 관공서, 학교에서도 유명 브랜드 가구, 조명 카피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유명 브랜드 디자인 가구나 조명이 얼마나 비싼지 알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싼 가격의 모조품을 보았을 때 마음이 혹할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디자이너의 지적재산권이 지켜져야 지속적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인 카피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카피에 동조하는 풍조는 디자이너들의 성장을 막는다. 명품 가방의 짝퉁을 사는 것이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는 것처럼 디자인 가구의 짝퉁을 구입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로 여겨졌으면 좋겠다. 최소한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사회라면 좋겠다. 그렇지 않은 사회라면 디자이너에게 대체 어떠한 미래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여럿이 옳다고 하면, 틀린 것도 옳은 것이 되는 마당에 계속 이런 것을 목도하니 싼 가격의 제품을 소비자가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계속 보다보니, 카피 제품이 오리지널 브랜드의 이름을 달고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카피 제품이라는 것은 오리지널 제품의 본질까지 카피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본질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가구의 본질이라 함은 결국 이용자의 편의에 맞춰 쓰임새에 대응하는 생활 도구일 것이다. 디자인은 그 도구를 보기 좋게 하는 모양과 쓰임새를 더욱 유용하게 하는 구조, 재료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을 것이고, 카피 제품이 모방하는 것은 보통 전자일 것이다. 오리지널 제품이 굉장히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찌되었건 본제품보다 싸게 유통하기 위해서는 결합 부위나 재료에서 비용을 삭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가 오리지널 제품을 소비한들 해당 브랜드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

세상에 순전히 '오리지널'한 아이디어가 많지는 않다. 결국 다른 이를 모방하고 창의성을 더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디자이너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하는 것도 결국 그 사람이 삶을 살아오며 보아온 수많은 것들, 받아온 교육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오리지널 제품의 개선 방안을 찾아내어 더욱 우수하게(우수하다는 것은 여러 방면으로, 그러니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대, 적절한 재료를 선택하는 것도 그 우수함의 일종이겠다)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카피 제품이 곧 창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왔다갔다 해서 글을 끝맺지를 못하겠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겉모양이든 뭐든 디자인을 베끼는 것은 납득 불가인데. 지금 언급한 오리지널 브랜드의 클래식 라인이야 워낙 유명하고, 사람들이 그 클래식 라인을 선망하고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여기기 때문에 위의 논리가 어느 정도 먹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작은 브랜드의 디자인마저 베껴서 질 낮은 재료, 그렇지만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식으로 가구 시장이 침식 당하고 있는 것에는 마땅한 보호가 필요하지 않나? 아니면 그냥 자기 힘으로 으쌰으쌰 버텨내어 큰 브랜드로 성장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이 바뀌면 덧붙이겠다.

  1. "이케아 국내서 '짝퉁전쟁' 선포", 아시아경제, 2015.09.23 수정, 2021.01.12 접속,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5092311183651283
1 "이케아 국내서 '짝퉁전쟁' 선포", 아시아경제, 2015.09.23 수정, 2021.01.12 접속,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509231118365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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